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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를 들어볼래?_연세대학교 축구부 최민수

[2019 12월호 vol.48] 내 얘기를 들어볼래?_연세대학교 축구부 최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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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시스붐바 2019년 12월호(vol.48)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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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붐바=글 최민수, 편집 홍성현 기자, 사진 표유정 기자, 편집디자인 김새린 디자이너]

늦은 시작과 세 번의 큰 부상. 남들보다 조금 느려도, 몇 배의 노력으로 채워낸다. 과거의 나를 뛰어 넘어, 빛나는 나의 전성기는 지금부터! 연세대학교 축구부 최민수의 칠전팔기 성장 스토리, 그리고 미래의 내 모습.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배로 노력하라


어릴 때부터 축구, 야구, 수영, 쇼트트랙 등 모든 운동을 즐겼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것은 축구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하교 후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 축구부 코치님께서 ‘축구 해볼 생각 없냐’고 물어오셨다. 당시에는 딱히 생각이 없어서 거절했다. 1년이 지난 뒤 다시 한번 제의가 왔고, 그때는 한번 해보고 싶어서 “부모님께서 허락하시면 생각해보겠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초등학교 6학년, 늦은 시작이었지만 나의 본격적인 축구 인생이 펼쳐졌다.

이후 울산 효정중학교로 진학하며 많은 부분에서 성장을 이뤘다. 초등학교 때에 비해 정체성이 잡혀갔고, 축구 지식과 경험 또한 늘려나갔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선후배 간에 준수해야 할 위계질서가 엄격했고, 운동도 초등학교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하루에 체력운동만 네 번을 하기도 하고, 팀 철학에 따라 기본기 훈련만 반복하기도 했다. 늦은 나이에 축구를 시작해 체력과 기본기가 모두 부족했던 나는 남들보다 배로 노력해야만 했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지만, 되돌아보면 인생에 있어 잊지 못할 값진 경험을 했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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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그래도 해보자


이천 제일고등학교에 입학할 당시 1학년만 24명이었다. 같은 포지션 경쟁자도 4명이나 있었다. 당시에는 ‘여기서 어떻게 살아남지?’라는 생각만 들었다. 경기에 잠깐이라도 출전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운동을 하고 최선을 다해 훈련을 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출전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동기들은 떠나보내야만 했다. 어쩔 수 없는 작별에 마음이 아팠지만, 꿈을 위해서는 경쟁에서 이겨 살아남아야만 했다.

그렇게 치열한 경쟁을 통해 기회를 부여받으며 2학년 때는 몸 상태가 상당히 좋았고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게 잘 풀리던 순간 부상이 찾아왔다. 발목 인대가 끊어져 4개월간 운동을 할 수 없게 됐다.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억울하고 화도 많이 나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 재활을 거치고 복귀한 후에는 전처럼 뛰지 못하게 됐고, 자신 있던 크로스마저 엉망이 돼버렸다. 속이 상할 대로 상했지만, ‘그래도 해보자’라는 마음가짐 하나로 운동에 매진했다.

3학년 때는 대학 진학에 대한 걱정이 항상 앞섰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대회에서 성적을 거둬야 했기에, 몸과 마음을 더욱 철저히 준비했다. 첫 전국대회인 2016 대한축구협회장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3위를 거뒀다.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걱정이 한시름 놓이는 기분이었다. 이어지는 제21회 무학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는 21년 만의 팀 우승을 이룰 수 있었다. 두 대회 모두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었던 대회였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연세대학교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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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좌절에도 다시 졸라맨 축구화 끈


1학년 때는 경기 출전에 대한 큰 욕심은 없었다. 워낙 쟁쟁한 형들이 많아서 ‘많이 보고 배우자’는 마음이 더 컸다. 팀이 U-리그에 참가하지 못해 대학 리그의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던 것은 아쉬웠지만, 오히려 프로팀과 많은 연습 경기를 치렀다. 더 높은 위치의 선수들과 부딪히면서 나를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또다시 부상이 찾아왔다. 2학년이 되고 팀에서 자리를 잡은 후 경기에 출전할 기회가 많았던 때에 찾아온 부상이어서 너무나도 착잡했다. 스스로에 의한 부상이 아닌 상대 선수의 고의적인 행동으로 부상을 당해서 더 화가 났다. 기회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는데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것이 억울했다. 코치님과 부모님께서 “좋은 생각만 하자. 다시 할 수 있다.”고 힘을 주셔서 혹독한 재활을 견뎌낼 수 있었다.

역시나 복귀 후 나는 경쟁에서 밀려있었다. 다시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하루에 3~4회씩 운동하며 몸을 만들었다.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 출전 기회가 조금씩 주어졌고, 쉰 만큼 감사한 마음으로 한 발 더 뛰었다. 하지만 과한 열정이 오히려 내 발목을 붙잡았다. 장기간의 재활을 거친 후, 내 몸은 피로도가 높은 상태였다. 그러나 나는 무리한 욕심으로 자신을 더 혹독하게 몰아세웠고, 또다시 부상이 나를 덮쳤다.

부상과 수술이 반복되자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를 휘감았다.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이제 그만해야 하는 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다치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 원통했다. 주변에서 해주는 긍정적인 말들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다친 후에 한 달 정도는 애써 괜찮은 척하며 지냈지만, 속은 썩을 대로 썩어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내 머릿속에는 축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축구가 하고 싶었고, 축구 선수로서의 성공을 간절히 바랐다. 그렇게 다시 한번 축구화 끈을 졸라맸다.


완장을 찬 자, 무게를 견뎌라


부상 복귀와 동시에 주장인 시훈이 형(김시훈, 체육교육학과 16)이 교생 실습으로 자리를 비우며 임시로 내가 주장 완장을 차게 됐다. 고등학교 때도 얼떨결에 주장을 맡았는데, 사실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다. 주장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마음이 무거운 자리인지를 봐왔기 때문이다. 완장을 차든 안 차든 항상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한다. 그러나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면 더 많은 책임감이 생긴다. 주장은 경기뿐만 아니라 팀의 분위기, 동기부여 수준, 경기 흐름 등 전반적인 부분을 살펴야 한다. 완장의 무게는 항상 무겁게만 느껴진다. 주장으로 경기에 나설 때 팀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도록, 모든 부분에서 먼저 모범을 보이고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군가의 우상으로, 자랑스러운 아버지로


단기적인 목표가 올해 리그 우승이었는데,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며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경기들도 리그 최종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만들어낸 것처럼 'one Team' 정신으로 임해 좋은 결실을 맺고 싶다. 그리고 졸업 전까지 대학 최고의 오른쪽 수비수가 되어, 프로 진출 후 신뢰할 수 있고, 인정받는 선수가 될 것이다. 이후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최종 목표는 누군가의 우상이 될 수 있는 선수, 내 자식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는 것이다. 모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이뤄나갈 수 있도록 항상 도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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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to


“먼저 우리 가족들에게 가장 고맙습니다. 항상 뒷바라지해 주고, 가장 많이 걱정해주고 생각해주는 우리 부모님, 정말 고맙습니다. 아프지 말고 항상 건강해요. 그리고 우리 누나도 항상 잘 챙겨줘서 고맙고, 하는 일 다 잘 되길 바라고 있어. 잘 될 거야. 그리고 또 우리 할머니, 어릴 때부터 키워주시느라 너무 고생 많으셨고 항상 감사합니다. 건강하셔야 해요. 건강이 최우선이에요. 우리 고모도 친자식처럼 잘 대해줘서 너무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내가 무뚝뚝해서 표현을 못 하지만, 꼭 성공해서 우리 가족들에게 10배로 보답할게요.”

“연세대 신재흠 감독님, 최태호 코치님, 이원규 코치님 부족한 저를 좋게 봐주시고 잘 챙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천 제일고 권혁철 감독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리고, 제 축구 인생에 도움이 되어주신 많은 분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축구부, 먼저 졸업하는 형들 4년간 고생 많았고 어떤 일을 하든지 잘 되길 바랄게요. 그리고 우리 최강 17학번, 지금은 비록 4명뿐이지만 조금 더 고생해서 각자의 목표를 다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후배님들, 축구부의 미래인 만큼 더 성숙하고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학교에 있으면서 축구뿐만 아니라 학생으로서도 배워가는 것이 많기를 바란다. 올해 남은 시즌 부상 없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 잘하자! 우린 언제, 어디서든 ‘One Team!’ 잊지 말자! 아카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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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기 연고전이 취소되어 여러분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무산돼 아쉽습니다. 그 아쉬움을 털어버리고 내년 정기 연고전에서 짜릿한 승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 하겠습니다.

또, 내년부터 홈경기를 많이 치를 예정입니다. 대운동장으로 오셔서 재미있는 경기 보시고 많은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저 최민수와 연세대 축구부에게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